한국말로 글쓰기

작년 가을 부터 한국말로 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디지털 시프트”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7가지 근본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세상의 변화를 살펴보는 책이다. 이미 연구 논문으로 이렇게 저렇게 썼던 내용들과 강의시간에 사용했던 예들을 정리해서 일반인들과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쓰고 있다. 문제는 한국말로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힘든 지 몰랐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학교, 대학원 시절에는 그런데 나름대로 글을 잘 쓴다고 자신이 있었다. 모시고 있는 교수님을 대신해서 신문 컬럼을 쓰기도 하고, 교회에서 내보내는 주보에 매주 컬럼을 맡아서 일년 넘도록 쓰기도 했다. 어느정도 글쟁이로 재미있고 맛나는 글을 쓰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산 것이 근 20년.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영어로 된 글을 쓰면서 살면서 그 시간을 보냈다. 참으로 힘들게 영어로 글쓰고, 읽고, 생각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래도 집에서 평상어로 한국말을 쓰기 때문에 한글로 글을 쓰는 것은 그렇게 힘들꺼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What a big mistake! 한마디로 참 힘들다. 그냥 한국말 영어를 섞어서 쓰라고 하면 차라리 쉬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물론 전문 용어들을 한글로 옮기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전문용어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한글로 써 놓은 글을 읽어 보면, 도대체 맛이 없다. 뭔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맛이 전혀 없다. 더구나 요즘 유행하는 표현, 특히 인터넷의 블로거들이나 전문가들이 쓴 글들이 가지고 있는 뭔가 특이한 그런 맛이 전혀 나질 않는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 그런 글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흐름 속에 빠져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그렇게 쓰인 글들을 읽으면서 그런 모양으로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더구나, 영어로 된 글들 또한 계속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마치 두가지 다른 운영체계를 한 컴퓨터에서 동시에 왔다갔다 하면서 사용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 부터 한글로 블로깅과 트위팅을 병행해보려고 한다. 짧게 나마 계속 한국말로 글쓰기 연습을 해야겠다느 생각이다. 그동안 사실 블로그를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필라델피아 시와 하는 Urban Apps Studio 프로젝트와 Evolution of Digital Artifacts 프로젝트 때문에 블로그를 쓸 겨를이 없었다. 또다른 이유는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점점 블로그를 사용하는 것이 귀챦아 졌다. 트위터 때문에 블로그가 귀챦아진 것은 단지 글쓰기뿐 만이 아니다.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RSS feed를 통해서 몇가지 블로그를 정해놓고 읽었는데, 요즘은 트위터를 통해서 들어오는 글만 읽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오늘부터 짧게라도 지속적으로 블로그를 해보려고 한다.

Professor | Writer | Teacher Digital Innovation, Design, Organizational Genetics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One thought on “한국말로 글쓰기

  1. 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하신 말씀에 크게 동의합니다.
    처음 미국에 올때만 해도 한글과 영어로 모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목표와 자신감이 있었습니다만, 영어로 된 문서, 책, 미디어들만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전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말씀하신 ‘맛’을 구별하는, 즉 두 한글 문장이 주어졌을 때 더 나은 문장을 구별하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더군요.
    저는 교수님께서 이렇게 영어로 잘 쓰시는 것만 해도 무척 부럽습니다.
    글은 답답함에서 나온다는 말씀(일전에 장정일은 발분이라는 표현을 했더군요)과 아래로부터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잘 읽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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