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차이

얼마전 필라델피아지역 선관위 위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와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수학을 공부한 그녀는 민주당 후보경천과정에서 기존 민주당 지도부가 지원하는 기성 후보를 누르고 등장한 이른바 장외권 후보이다. 만나자 마자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미국의 민주정치는 본래 동네에서 시작하는 정치였다고. 각 동네에서 대표를 뽑고, 그 대표들이 모여서 지역의 대표를 뽑고,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라 전체의 대표를 뽑는 그런 시스템이였다고. 흔히 알고 있는 representative democracy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언제가 부터, 정당시스템이 제도화되면서 부터 정치는 전문가들이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역의 대표들이 모여서 전체 나라의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중앙당에서 전문가들이 선택하는 전문정치인들이 지역에 내려와서 선거를 하는 모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트위터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서 그런 정치의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민주당원이 90%가 넘는 필라델피아에서 그녀의 당선은 이미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자신이 당선이 되면 젊은층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그런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캠페인을 하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문제는 광고의 문제도, PR 캠페인의 문제도 아닙니다. 문제는 당신이 팔려고 하는 상품입니다.” 그러자, 자기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당신의 상품은 “투표”입니다. 그리고 그 투표라고 하는 상품을 파는 Chief Marketing Officer의 자리가 바로 당신의 자리입니다. 시민들은 당신의 제품을 자신들의 발로 삽니다”라고 말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도전은 새로운 마아케팅 캠페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시민들은 자신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다른 제품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Wall Street Occupying 또는 Tea party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얘기해줬다. 그러자 자신이 당선이 확정되면 투표라는 제품을 다시 디자인하고 싶다고 하면서 도와달라고 한다. 이런 사람이 정치인으로 나서는 이 사회… 그리고 다음 세대를 어떻게 해서든 감동시켜서 시민으로서의 정치과정에 참여를 끌어내려고 하는 이런 사람이 선관위 위원으로 나서는 한, 아직도 소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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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에서 시장 보궐 선거가 있었다. 각설하고, 선관위가 소셜미디어로 투표를 권유하면 특정후보의 지지로 해석을 해서 선거권 위반 혐의로 잡아넣겠다고 했다고 한다. 휴~우. 가슴이 답답하다. 어째 이럴까?

그런데, 많은 시민들이 특히 주의하라고 경고받은 사람들이 기발한 모습의 인증샷을 올렸다고 한다. 아~ 가슴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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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에서는 스티브 쟙스같은 사람들이 안나오냐고 묻는다. 그래서 스티브 쟙스를 대량생산해 내는 대학프로그램을 신설한다고 한다.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서 정부에서 투자를 해서 삼성과 LG이 국산 모바일 운영체계를 만들어 내야된다고 한다. 소셜미디어로 투표를 권유하면 잡아넣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렇게 잡아넣는다고 하니까, “닥치고 투표”라고 하면서 더 인증샷을 올린다. 스티브 쟙스같은 사람은 그런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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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결코 단순히 기술이 아니다. 아니, 모든 기술은 단순히 기술로 이해할 수 없다. 기술은 그 기술을 근간이 되는 철학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기술은 그 기술을 만든 사람의 정치와 문화에 대한 표현이다. 세상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하는 그런 표현이다. 예술가는 붓으로, 음악가는 콩나물 대가리로, 소설가는 글로. 그리고 엔지니어는 기술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소셜미디어, 더 폭넓게 디지털 기술이라고 하는 기술로 돈은 벌고 경제는 발전시키고 싶은데, 그걸로 정치에 사용을 하면 안된다. 아마, 그렇게 되기는 힘들지 싶다. 이제 20대에서 30대에서 들어서는 세대는 PC가 있는 세상에 태어난 첫번째 세대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소셜미디어로 대표되어지는 디지털 기술적인 생각은 그들의 생각의 틀의 근간이다. 그와 같은 생각의 틀은 과거 토목사업으로 부를 창출하던 아날로그 생각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오늘 서울 시장 선거의 결과를 보면서 기분이 좋은 것은 어떤 특정 후보가 이기고 져서라기 보다는, 그런 디지털 시대의 생각이 점점 자리를 잡는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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