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는 start-up 문화가 없을까?

요즘 Urban Apps & Maps를 하면서 start-up 들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한다. 미국이라는 시스템에서 필라델피아에 사는 가난한 흑인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로 urban civic start-up 들을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이곳에서 start-up쪽으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왜 한국에는 실리콘 밸리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제까지 들은 생각을 정리해 본다.

1. Second Chance가 없는 문화적 강박성

한국에서 start-up이 자리잡지 못하는 배경에는 “the second chance”가 없는 문화적인 강박성이 있다. 얼마전 이코노미스트에 한국의 수능시험에 관한 기사가 났다. 제목이 재미있다. 한국은 “one-shot society”라고 말한다. 단 하루의 시험으로 일생의 운명이 좌우되는 사회라는 기사였다. 여러가지로 대학입시의 제도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큰 틀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때까지 태어나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루의 진검승부로 결판을 내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출신학벌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그날의 결과로 앞으로의 진로가 대충 결정이 되는 날이다. 그야말로 운명의 날이다. 모든 것을 걸고 사생결단을 보는 인생의 high noon이다. 잔인할 정도로 효과적이다. 단 하루로 한 사람의 가치를 대충 결정을 해버리는 사회이다. 그날 실패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학생들과 부모들을 거의 광적으로 몰아붙인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생들의 자살율이 그토록 높은 것 같다.

미국은 거의 정반대의 시스템이다. 지루할 정도로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다. SAT를 보려고 하면 몇번을 봐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원하는 명문대학에 못 들어가면, 별 상관이 없다. 기본적으로 대학들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가도, transfer라고 하는 문이 있다. 심지어 2년대 community college를 다니다가도 거기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좋은 엘리트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된 NYT article). 내가 잘알고 있는 청년이 있다. 예전에 한국에서 고등학교때 도피유학으로 LA에서 열나게 놀았다. 그러다가 마음잡고 클리브랜드로 와서 community college를 다니면서 일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서 드디어 Ohio State로 옮겨가서 CPA가 됐다. 큰 회계사 펌에 있다가, 지금은 골드만에서 일하고 있다. 주변에 보면 그런 인물들로 가득차 있다. 아마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런 이야기를 해도 하루 종일은 할 수 있을 것이다.

The second chance의 문화는 지극히 기독교적인 생각이다. 흔히 기독교적인 용어로 표현을 하면 “은혜”다. 막말로 표현하면, “이제까지 한 건은 없던 걸로 해줄께, 다시 해봐”이다. 신학적인 용어로는 “redemption”이라고 한다. 강간을 하다가 끌려온 여인에게 예수가 말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으니까, sin no more!” 막스웨버는 미국에서 본 창업자정신을 기독교 윤리로 풀어서 생각했다. 막스웨버가 보지 못한 또 하나의 청교도 문화의 근간을 second chance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요즘 한국 기독교가 워낙 엉터리다 보니까, 사실 교회안에서도 second chance, 흔히 말하는 “은혜”가 별로 없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한 실패자가 된다. 그래서 교회안에 더 많은 정신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2. Risk의 사회적 공유

이런 문화적 맥락에서 start-up을 하다가 실패하면, 집안의 패가망신을 한 사람이 된다. 한번의 도박으로 모든 집안을 말아먹은 죄인이 된다. 미국에서 start-up을 하다가 망하면 좋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오히려 serial entrepreneur라고 훈장 비슷하게 달고 다닌다. 그들이 하는 농담이 있다. “If you throw enough shits to the wall, eventually some of them will stick — 똥을 계속해서 벽에 다 던지다 보면, 어떤 것은 결국 벽에 붙는다”. 똥이 벽에 붙을 때까지 해 보겠다는 것이고, 그것이 문화적으로 허락이 되는 사회이다.

이에 반해서 한국에서는 VC의 기반이 없기 때문에, 은행의 융자나 제 2 금융권, 또는 개인의 사채를 통한 융자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고 이와 같은 융자는 투자가 아니여서 시간이 지나면 자금회수가 시작된다. 자금회수에 실패하면, 사업자는 형사법상 범법자가 된다. 그야 말로 죄인을 만든다.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만들어보려다보면 안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을 범법자로 빨간줄을 그어 버린다. 또한, 일단 그렇게 해서 망하면, 온 식구들이 그야말로 길거리로 나가 앉는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만일 내가 미국 MBA 수업에서 “너희들 나가서 창업해라. 단 하다가 망하면 콩밥 먹는다”라고 했을 때, 그래도 창업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있을까?

이것은 start-up의 risk에 대한 사회적 공유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서 start-up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Plan B에 대한 보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Plan B는 위험의 사회적 공유이다. 그래서 요즘 스웨덴과 핀란드와 같은 북구에 한창 start-up 붐이 일어나는데, 그것에 대한 한 배경으로 잘 발달한 사회보장제도를 그 근간으로 든다. 그쪽에서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가 망해도 식구들이 길거리에 나가 앉는 경우가 없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고, 아이들은 대학교에 갈 수 있다. 미국에서는 VC와 angel funding 을 통한 risk의 사회적 공유가 있다. 사업을 하다가 망해도 집을 지킬 수 있다. 일하기 위해서 차가 필요하다고 하면 차도 지킬 수 있다. 물론 내돈을 들여서 사업을 하다가 파산을 한 경우이다. 많은 IT start-up의 경우는 자기의 자본투자는 극히 적다. 아이디어를 들고 뛰어서 시작을 한다. 그러다 안되면, 안되면 그만이다.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지 않은 이상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Plan B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다. 물론 최근들어서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과연 앞으로 미국의 start-up culture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어느 사회에서든 한 개인이 start-up에 대한 모든 risk를 다 감당을 해야 한다면 그와 같은 제도하에서는 start-up 문화를 기대할 수 없다.

물론 risk의 사회적 공유가 이루어지려면, 결과에 대한 사회적 공유도 필요하다. 기업의 공유화가 어떻게 보면 risk 사회적 공유에 대한 근본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주식회사, 북구의 사회민주주의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의 결과의 사회적 공유에 대한 합의 결과이다. 물론 최근에 일어난 Occupier 운동에서 보여지듯이 이와 같은 근본적인 사회 계약이 무너져 내리게 되면 여러가지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오게 된다. 그러나 단지 2%의 주식을 소유하고도 대기업을 자식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주려고 하는 사고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risk에 대한 사회적 공유의 대한 사회전체적인 동의를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3. 끝내기

오바마가 한국에 와선 언급을 했다고 흥분하는 카카오톡과 미투데이, 몇 안되는 한국의 성공적인 start-up들이다. 만일 한국의 재벌들이 투자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미국의 VC들 처럼 움직인 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 재벌 해체하자, 어쩌자가고 하는 생각은 너무나 글로벌 시대의 경제 전쟁을 낭만적으로 보는 되는 철없는 시각이고, 이왕 가지고 있는 것을 좀 어떻게 잘 써볼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예전에 한국에도 전 국민적인 동의를 가지고 움직인 시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낭만적으로 보이긴 하다. 그래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절대로 현실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이유이다. 60-70년대, 우리가 모두 “체력은 국력이다”를 되새기면서 아침마다 국민체조를 해서 체력 (국력)을 기르고, 동네마나 “잘살아 보세” 노래가 흘러나올 때가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누나들은 “공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희생을 했고, 우리의 아버지들은 피를 토해가면서 밤잠을 설치면서 일했다. 중동에 가서 송유관 만들고, 남들은 절대로 못 만든다는 배도 뚝딱뚝딱 만들냈다. 여기에, 자본가들 또한 미친 투자를 했다. 남들은 하면 안된다고 하는 자동차산업(현대) 반도체 (삼성)에 우리 세대에는 손해를 봐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이런 투자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물론 군사독재 정권의 협박과 외유,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영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는 투자를 했다. 미친짓이었는데도 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것을 봤다. 아마도 그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저 양반들은 자기들 돈으로 저렇게 손해 볼 것을 알면서도 투자하는데, 나도 한번 죽도록 일해보자. 그래서 우리한번 우리 자식들은 한번 큰 세상에서 떳떳하게 경쟁하면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결과의 공유 (혹은 공유의 환상)에 대한 암묵적 사회 계약이 있었고, 그것은 노력과 희생의 사회적 공유로 이어졌다. 그런데 80년대를 지나면서, 그 결과의 사회적 공유에 대한 암묵적 계약 (혹은 환상)이 철저히 깨졌다. 그것이 요즘 사회 전반에 흐르는 대기업, 가진 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의 근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의 경제는 과거와 같이 몇몇 대기업들이 희생적인 투자를 해서 이루어질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나서도 믿을 국민들도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start-up에 대한 사회적 risk의 공유를 할 수 있는 infrastructure로 변환을 하는 그런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기 전에 한탕주의 대학 입시 제도 부터 고쳐야 될 것 같다.

Professor | Writer | Teacher Digital Innovation, Design, Organizational Genetics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3 thoughts on “왜 한국에는 start-up 문화가 없을까?

  1. 지나가다 좋은 글에 공감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리스크와 부자와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리스크를 많이 감내해서 부자가 된것이 아니라, 부자라서 리스크를 많이 감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있을때 리스크가 있는 사업을 감행한다고 합니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창업자가 많이 필요한데, 그런 사람들이 리스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말씀하신대로 실패해도 재기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중산층이 붕괴된 미국에서는 창업의 문화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때문에 창업을 망설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의 사회적 공유 문제에 대해 지적하셨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한국에서 장남 고생해서 공부시켜 놨더니 성공후에 남은 형제, 자매들 모른척 한다는 지적이나, 현재 Massachusetts주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Elizabeth Warren교수가 말하는 “There is nobody in this country who got rich on his own.”라는 구절이 사회적 공유에 대한 문제를 간결하게 지적하는것 같습니다.
    어쨌튼 좋은 글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세요.

  2. 부와 리스크의 관계, 연구된 논문이 있으면 보내주시겠습니까? 한번 찬찬히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요즘 African American urban community에서 start-up에 관한 일을 하다보니까, risk의 사회적 공유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게됩니다.

  3. 안녕하세요 유영진 교수님.
    현재 템플 MIS 를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김준용 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전반적으로 느껴진 것들이 많아서 글을 남기게 됩니다.
    유학생의 신분으로써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접한 저로써는 교수님이 쓰신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게됩니다.
    현 미국에 있는 start-up business 들을보면 전반적으로 사업 창업에 대한 마인드가 저희 한국에 있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보다 더 열려 있는데, 이는 체계적인 계획의 틀 혹 교수님이 멘션하신 교육시스템 부터의 차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start-up 은 무수히 많은 부수적인 제약 조건이 따르고 그에 대한 risk를 감당해야되는게 벅찬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들어 생각하는 것이지만 IT strategic 의 기반은 start-up business 외에 대기업들 또한 risk 를 감당해야되는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IT maintenance 의 유지와 새로운 IT 도약을 해야지만 미국 또한 앞으로 start-up 을 시작할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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