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서울에 가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축적의 시간”을 읽었다. 서울대 공대 교수님들이 최근 한국 경제의 상황을 보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 경제는 지난 50년 엄청난 발전을 했다. 그 발전의 핵심은 집중과 선택을 통한 압축 성장이다. 그것을 위해서 선진국이 개발한 모델을 빨리 상업화 하는 성공을 했고, 그것이 한국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을 하는데에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델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와 같은 한계점의 핵심에는 한국기업와 한국인들에게 부족한 개념디자인의 능력이며, 그와 같은 개념 디자인의 능력은 축적의 시간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이 대충 전체적인 내용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각 세부분야별로 나누어져서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다루어져 있다. 이 책을 읽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1. 축적의 시간 – 이것은 과거에 윤석철 교수님께서 “우회축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했었던 내용이다. 왜 이 내용이 새삼스러운 내용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의 근대 개발사의 측면에서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
2. 개념디자인 능력의 부재 – 개념디자인 능력의 부재는 근대에 들어와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이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 민족은 많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빨리 정답부터 찾아야만 하는 생존의 조급함에서 나온 행태가 개념을 깊이 생각지 않는 그런 상황으로 가지고 같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개념디자인을 우리가 다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개념디자인을 해도 그런 개념디자인이 먹혀 들어가지 않는 조직 문화적, 구조적, 정치적 문제를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3. 정답이 없다 –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이 책을 읽어도 뾰족한 답이 없다. 책의 대부분이 문제제기이다. 그리고 그 문제도 한국 경제와 조직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한두번쯤은 고민을 했을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학문적인, 체계적인, 검증이 된 답이 보이질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개념디자인이 없는 정담이라고 할까?
4. 경영대교수님들은 뭘 하고 있나? – 그래도 공과대학교수님들은 자신들의 돈으로 자신들의 시간으로 이런 책이라도 내는데, 기업 경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있는 서울대경영학과 교수님들은 지금 뭘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경제만 아니라, 정치, 종교, 학문, 지식, 모두 압축 고도 성장.
경제/재벌, 종교/교회, 학교/사학, 연예인까지 모두 2대 3대 세속되는 것이 그 증거 중 하나.